음식 리뷰/내돈내산 음식

면서울 - 통영 골동면

Leesu01 2026. 9. 24. 16:38

면서울에 방문해 저녁식사를 했다. 흑백요리사 1,2를 감명깊게 시청했고, 김도윤 셰프님이 특히 기억에 남아 그가 출연했던 예능도 몇 번 봤었다. 그때 결심했다. 일단, 부담없는 면서울에 먼저 가보자고. 그 작은 꿈을 이날 이뤘다. 

쌓여있는 택배를 확인하러 나오신 김도윤 셰프님을 뵐 수 있었다. 부담스러워 하실 것 같아 인사는 못드렸지만 내 주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4~5명의 인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반기거나 인사하는 등의 주접을 떠는 인원들은 없었다.

 

 

 

 

가운데 토끼는 정말 그를 쏙 빼 닮았다!

 

 

 

 

김치가 정말 맛있었는데 리필할 걸 그랬다.

 

원래라면 골동면 + 만두를 시켜야 했지만 네이버 지도에서 볼 수 없었던 통영 골동면, 돼지조림밥(한정판매)라는 메뉴에 현혹되어버렸다. 물론 맛있었다. 그러나 오리지널의 맛은 다음 기회에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뜻은, 다음에 또 오겠다는 의미이다. 다음 방문은 10월 중순으로 기획해야겠다.

 

통영 골동면

통영 골동면은 하동 재첩, 홍합, 청학동 고사리, 죽순, 무나물, 어린 시금치, 살짝 볶은 보령산 잔멸치를 넣고 넓적면에 육수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섞어 비빈 음식이다.

 

첫 면의 한 입은 예상치 못한 아주 살짝의 비릿함에 흠칫했으나 이내 향의 주인공이 올리브 오일인 것을 알아채고 그 풍미를 더욱 느끼기 위해 몇 번을 더 뒤적인 뒤, 다시 면을 집어올렸다.
처음에 느꼈던 비릿함은 그냥 올리브 유를 생으로 한 모금 했을 때의, '그것이 기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느끼기에 올리브유는 정말 맑았다! 색깔마저 맑은 투명색에 가까웠는지는 모르겠다. 음식이 담긴 그릇이 놋그릇이었기 때문이다.


넓은 면에 육수와 오일이 아주 잘 스며들어있었고 추가적으로 비비지 않아도 조화로운 맛을 내주었지만 개인적으로 오일의 풍미가 고소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며, 목넘김 시 느껴지는 잔향이 전혀 느끼하지 않아,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릇 아래에 침전된 육수와 계속해서 섞어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재료가 신선한 느낌과 맛을 선사했다.

 

면은 쫄깃하면서 퍼석한 식감이었는데 퍼석하다고 표현한 건, 적당한 치악력으로 면 가닥을 끊었을 때 저항없이 끊어지는 면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쫄깃, 퍼석의 중간 지점에 있는 식감으로 느껴졌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면이 이븐하게 익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면 위에 올려진 갖가지 재료들은 반찬으로만 나와도 훌륭한 식재료들인데, 미친 풍미를 가진 올리브 오일과 깊은 맛을 내는 육수,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감싸 안을 만큼 넓은 면적의 면과 버무려져 버렸으니 어느 것 하나라도 빠져버린다면 '통영 골동면'이 지닌 맛, 그걸 섭취하며 느끼는 오감, 기억 속에 자리잡을 경험의 시너지가 그 음식의 창조주가 미세 조정 했을 일정 수준의 고점을 충분히 웃돌지는 못했을 것이다.
(맛의 조화가 훌륭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육수와 오일의 혼합물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꼬불거리는 면들 사이 기울어진 협곡의 아래쪽으로 자꾸만 가라앉아 고여버리곤 했다.난 내 혀가 충분히 기름지고 촉촉한 상태의 음식을 받아들였음 했다. 그래서 자꾸만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며 먹느라 다 먹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다.

시간을 들여 이룩할 수 있었던 그 노력의 결실은 그 음식이, 손님 앞에 처음 차려졌을 때 가졌을 지도 모르는 '첫 입에 내가 선사할 수 있는 맛의 200%를 느끼게 해주겠다!' 라는 초심의 유지로써 실현될 수 있었다.

 

 

면이 한 가닥 한 가닥 사라지며 그릇 속 여백이 늘어가는 것을 목도하는 중 시원 섭섭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 감정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거의 다 먹어갈 때 일반적으로 느끼는 아쉬움의 감정과는 사뭇 다른 느낌.
이 음식의 존재를 알 수 없었던 과거에서부터 음식을 맛보는 경험을 했던 이 때에 이르기 까지는 나만의 서사가 존재한다. 그것의 있고 없음의 차이가 만드는 감정의 깊이는 각별할 수 밖에?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길고 긴 주접을 떨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big fan이 만들어지는 걸까?

 

원래 조개류는 잘 먹지 않는데, 그게 내 앞에 차려져도 굳이 먹지 않는 편이었다. 먹을 수 있긴 하지만.
싫어한다기 보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종류의 식재료여서 그런 것인데, 이 한그릇에 이렇게 들어가있으니 도저히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콩깍지가 낀 것인지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집어든 것이 홍합이었으니..
그리고 예상보다 고소하고 신선한 바다맛이 퍼져서 식욕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해버렸다.


재첩이나 고사리,죽순,무나물,시금치,멸치는 이 음식을 건강한 한 끼로 느끼게 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절에서 먹는 식사에 나오는 반찬의 느낌이 있다. 정성과 단정함과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 절에 가보진 않았지만 말이다..

 

돼지조림밥

돼지조림밥은 흑돼지 고기 다이스가 작은 밥공기 위에 뿌려져 있고 밥은 소스에 잘 섞여 범벅이 되어있었다. 맛있긴 했지만 장조림 맛이 나는 장에 고기를 절여 밥에도 적신 듯한 명백한 사이드 메뉴였다. 더 표현하려고 해도 이 정도면 많이 쓴 것 같다.. 상대가 너무나 강력했다. 근데 둘 사이 대결구도를 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냥 둘의 조합이 안 좋았다고 생각한다. 조합을 따진다면 차라리 만두가 더 나았을 듯. 돼지조림밥 개별만으로 판단했을 때는 정말 별미였다.

 

 

다 먹은 후

 

결론적으로 대만족했다. 마음같아선 아무 직원이나 붙잡고 너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고 싶었지만 가보면 안다. 분위기가 차분하니 좋은 레스토랑에 온 듯한 현장이었기 때문에 슬프게도 '온화한' 무표정으로 식사를 마치고 조심스레 자리를 떴다.

내가 여기서 이렇게 극찬하는 것은 이렇게라도 칭찬하지 않으면 그날 내가 무슨 생각으로 어떤 감정으로 어떤 기분으로 식사했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직원이나 사장님이 이걸 본다면 좋아할지도? 헌정 글의 성격은 아니지만..

 

그릇을 전부 비우니, 더부룩한 느낌이 하나도 없었고 솔직히 만두까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끊는 것이 다음 번 방문을 위해서도 내 지갑을 위해서도 현명한 판단 같았다.
다음을 기약하며 식당을 나왔다. 다음 방문 때는 생들기름면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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